감정이 형성되는 과정

1980년대에 나는 임상심리학자가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워털루대학 박사과정에 들어갔고, 심리치료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워서 언젠가는 현대적이면서도 우아한 사무실에서 환자들을 치료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다시 말해 나의 계획은 과학의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플라톤 시절부터 존재했던 마음에 대한 기본 신념을 뒤엎는 혁명에 가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삶은 때때로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곤 한다. 

 

감정에 대한 고전적 견해에 의심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대학원 시절 때였다. 당시에 나는 낮은 자존감의 근원이 무엇이며 어떻게 이것이 불안이나 우울로 이어지는지를 연구하고 있었다. 수많은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설정한 이상에 맞게 살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설정한 표준에 미치지 못하면 불안해한다. 대학원에서 내가 처음으로 수행한 실험은 이 유명한 현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었으며, 나중에 이것을 토대로 내 자신의 가설을 검증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 실험에서 나는 이미 잘 확립된 증상 목록을 바탕으로 많은 자원 참가자들에게 불안을 느끼는지 아니면 우울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학부생 시절에 훨씬 더 복잡한 실험도 한 적이 있기 떄문에 이것은 사실상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나 실험은 완전히 엉망이 되고 말랐다. 자원 참가자들이 나의 예상대로 불안 또는 우울한 느낌을 보고하지 않았기 떄문이다. 나는 또 다른 실험을 재현하려고 시도했지만, 이것마저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렇게 3년이 지난 뒤 내가 얻은 것은 8회 연속 똑같은 실패가 전부였다. 과학에서 실험이 재현되지 않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8회 연속 실패는 상당히 인상적인 기록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수집된 모든 증거를 면멸히 살펴본 나는 여덟 번의 실험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피험자들 중 대다수가 불안감과 우울감을 구별할 의사가 또는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그들은 두 느낌을 모두 보고하거나 아무것도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ㅁ낳았으며, 둘 중 하나만 보고한 피험자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 의미가 없았다. 불안과 우울이 감정으로서 분명히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기 떄문이다. 당신이 불안에 휩싸일 때, 당신은 몸시 흥분하고 예민하며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걱정에 휩싸인다. 반면에 당신이 우울할 때는 몹시 불행하고 축 처지는 느낌든다. 만사가 지긋지긋해 보이고 삶이 힘겹기만 하다. 이 두 감정은 당신의 신체를 완전히 정반대의 상태로 몰로 갈 것이며, 따라서 이 둘은 다른 느낌이 들 것임에 틀림없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둘을 쉽게 구별할 것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내가 시험한 피험자들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도대체 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