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심리지도사010-2788-3025

[독서심리치료사] 독서의 목적은 자기기만(self-deception)을 통제하는데 있습니다. 본문

독서심리

[독서심리치료사] 독서의 목적은 자기기만(self-deception)을 통제하는데 있습니다.

독서심리지도사010-2788-3025 2020. 4. 19. 10:06
SMALL

독서를 하는 것은 내가 나를 바라보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나를 바라본다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지만 중요합니다. 어렵다는 말과 중요하다는 말은 삶에서 언제나 같이 흘러가는 동반자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눈을 뜨고 타인을 바라보며 삶을 시작합니다. 마지막 눈을 감을 때까지도 타인을 보며 생을 마감합니다. 이처럼 인간은 자기 눈으로 자신을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하고 죽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바로 '생각'입니다. 

 

상담을 하면서 늘 내담자들과 만날 때 가장 힘겨운 상황이 바로 '내담자가 스스로의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는 일'입니다. 자신이 타인과 가지는 문제에 대해서 자신에게 있는 문제점을 아는 척 하지만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것을 '병식()'이라고 합니다. 병은 말그대로 질병을 말하고, 식은 알고, 구별하고, 식별한다는 뜻입니다. 말 그대로 병식은 자신이 어떤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가 깨닫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병식의 결핍'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힘들어지면, 그 관계에서 덜 불편해지기 위해서 상대에게 취했던 방식을 바꾸거나 자신이 그 상황에 맞춰서라고 문제 해결을 합니다. 이것은 자기 스스로가 병식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인관계의 문제나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해 스스로가 오랫동안 가진 마음의 상처가 쌓여서 자리 잡은 문제라면, 자신의 문제점을 객관적인 논리가 부족해지고, 자기 입장에서만 바라보면서 판단의 문제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마음의 상처가 화석처럼 굳어버리게 되면 치료되지 않을 것 같은 상처로 인해 현실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 것은 어렵게 되는 것은 당연해보입니다. 이러다 보니 결국 타인과의 문제가 지속되고 반복되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회피 현상을 일으켜 술이나 담배 혹은 도박과 같은 상황 뒤에 숨어버리게 됩니다. 

 

이런 술이나 담배 혹은 마약 심지어 문신중독까지 자신을 아픔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으로 향하면서 자신은 그것과 크게 가까이 있지 않다고 부정하게 됩니다. 양가 감정인 것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자주 다가가면서, 머리는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 있지 않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몸과 생각이 따로 노는 것입니다. 분명 빠져 있는데 빠져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자기기만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잘못된 생각을 정당화하는 것이 자기기만입니다. 영어로 자기기만은 'self-deception'입니다. self는 자신이고, deception은 속임수입니다. 즉 자신을 속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내 아들이 담배를 피우다가 학교에 불려가게 되면, 엄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희 아이는 그럴 애가 아닙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것은 자기를 속이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기기만의 상황입니다. 

자기기만이 무서운 것은 자신에게 병식을 도와주거나 잘못된 점을 보여주고 설명해주고 증거까지 제시한 사람에 대해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입니다. 자신 스스로가 보고 싶지 않은 생각의 괴리감을 들쳐내서 보여주는 사람은 자신을 아프게 하는 사람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괴리(離)는 생각이 일그러져서 멀리 달아나는 것을 말합니다. 괴는 일그러지다는 뜻이고, 리는 멀리 떨어지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마주하고 싶은 비현실적 이상으로 머리속을 가득 채우는 상황에서 그 간격을 채울 수 없는 불안감에 더더욱 자기기만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자기 기만을 낮출 수 있는 것은 '독서'를 통해서 차근히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공격적인 감정'을 주지 않고 생각의 균형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책'이고 '글자'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타인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형성합니다. 인간이 인간을 보면서 감정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상담자 앞에서 내담자는 아무리 시간을 많이 주고 쉽게 설명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깊은 상처를 상담자에게 시원히 꺼내서 이야기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책은 내담자에게 '감점을 만들어 내지 않고,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접적인 설명의 방식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상담자는 직접적인 눈을 바라보고 있고, 입으로 소리라는 직접적인 감각을 사용해서 전달하기 때문에 내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책은 소리가 아니라 침묵으로 알려줍니다. 책은 직선의 눈이 아니라 글자의 곡선으로 전달합니다. 책은 움직이는 감정이 아니라 늘 한결같은 나무처럼 안정감을 줍니다. 그러다보니 독서를 매개로 매일 자신의 감정을 꺼내서 글자 위에 올려놓고 부드럽게 토닥여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문제도 이해하고,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현실에 적용하려고 시도하게 만듭니다.  

자기기만은 모든 사람에게 존재합니다. 심지어 지식만 쌓으면 쌓을수록 자기기만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2000년도에 캐나다 맥길 의대학교 정신 과학 애슐리 와자나(Ashley Wazana) 교수는 '자기기만'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정치인이 로비스트로에게 뇌물을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습니다. 대답은 85% 이상이 부적절하다고 했습니다. 이후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의사가 제약회사로부터 대접을 받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했습니다. 대답은 46%만 부적절하다고 했습니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사랑인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식만 머리 속에 가득하다고 해서 '객관적인 판단력'과 '올바른 생각의 흐름'을 가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식은 지혜의 계단에 올려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지식이 많을수록 자신이 틀릴 수 없다는 자만심의 벽이 높아지고, 지식 뒤에 숨어서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져 오히려 자기기만의 운동장이 넓어지는 것입니다. 

 

독서는 내가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_이재연(교육학 박사<상담전공>

현) 고려대학교 대학원 아동언어코칭전공 강의전담교수

전)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전공 조교수

현) (사)한국청소년지도학회 상임이사

LIST
Comments